최근 포토로그


'스티브맥커리 진실의 순간展'을 보고 문화 이야기

제대로 봄날씨를 느낄 수 있었던 5월 12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스티브맥커리 진실의 순간>을 보러 갔다.

원래 사진에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2008년 여름 '매그넘코리아'사진전을 우연히 관람하게 되면서 스티브맥커리와 보도사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 보도 사진가 협회인 매그넘에서 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했던 매그넘코리아전을 보면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들이 사진을 통해서 저렇게 낯설게 비쳐질 수 있음을 느꼈다.

많은 매그넘 사진작가들이 다루는 전쟁이나 기아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방인들은 정도가 다를 뿐인 우리 사회의 숨은 병폐들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입시위주 교육현실속에서 짧은 교복치마로 반항하거나 또는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현실을 잠시나마 도피하려는 십대들의 모습, 취업준비로 도서관에서 젊음을 보내는 이십대들, 근무시간에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양복입은 사십대들까지. 우리에게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니지만 사진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한다.

스티브맥커리 사진전은 그 때의 신선한 충격이 남아있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내셔널지오그라피 표지를 장식한 '샤르밧 굴라'라는 아프간 소녀의 사진으로 유명하며 아프간을 비롯한 분쟁지역의 참상을 주로 다루기에 더욱 관심이 있었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히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선물로 받고 나서이다. 작년 가을 눈물, 콧물을 흘리며 그 책을 이틀만에 독파하고나서 저자 '할레드 호세아니'의 첫 작품인 '연을 쫓는 아이'까지 찾아 읽었다. 그 후 내게 아프가니스탄은 더이상 미국과 전쟁을 치르는 이슬람의 먼나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소설속의 주인공 '라일라'를 떠올리며 어느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스티브맥커리의 사진은 어둡고 음울하게 느껴질법 한 모습들을 뛰어난 구도와 색채, 구성등을 통해 애잔한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린 소녀의 눈속에서, 고기를 낚는 어부와 아버지의 모습에서,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하는 광부의 얼굴에서 그들의 인생을 투영한다. 찰나를 담은 사진을 통해 그는 인물의 인생을 압축하여 영원의 공간안에서 살아숨쉬게 한다.

'샤르밧 굴라'의 소녀 사진 아래에 그녀와 너무 닮은 중년의 여인의 사진이 있었다. 사진전 한켠에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통해 그 두사진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그 중년으로 보이는 여인은 18년이 지난 '샤르밧 굴라'였다. 전쟁속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긴 했으나 눈빛만은 예전 그대로였다. 부르카로 온몸을 가리는 아프간에서 어떻게 그녀를 다시 찾아냈는지 놀랍다. 무엇보다도 전쟁속에서도 새생명과 함께 살아남았다는 것이 그녀의 소녀시절 사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리라. 나 역시 아프간의 수많은 '라일라'들이 편안한 세상이 올 때까지 잘 '살아낼 것'이라 안도해본다.


Top